스타워즈 에피소드 3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스승 오비완 케노비와 제자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대결하는 마지막 결투 씬이 아닐까 싶습니다. 둘이 대결할 때 명대사가 참 많이 나오는데, 그 중 오비완 케노비가 변절한 제자에게 이런 말을 하죠.
"You were the chosen one!"
스타워즈 얘기를 꺼낸 이유는, Daum을 오비완 케노비의 목소리로 말하면 이렇게 되기 때문입니다.
"Daum! 너야말로 SNS에서 선택받은 자였다고!!" ㅡ.ㅠ
실제로 Daum은 SNS로서의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곳이었습니다. 1:1 커뮤니케이션(메일)과 그룹 네트워크(카페)를 국내 최초로, 세계적으로도 의미있게 성공시켰고 메신저까지 착착 내놓았었죠. 네이트온보다 몇년은 앞서 내놨었으니까요.
2000년대 초반에 메일, 카페의 성공적인 안착을 이뤄냈고 메신저까지 준비한 상황. 이제 Daum은 이를 엮어주는 1인 프로필 페이지(미니홈피? 블로그?)만 있으면 SNS 성장 궤도에 완전히 올라탔을 타이밍이었는데, 2002~2003년 경 한참 크고 있던 싸이월드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고 이때부터 SNS와의 악연이 시작됩니다.
싸이월드를 인수하지 못했더라도 곧바로 벤치마킹 서비스를 내놓아서 Daum 전체 유저에게 제공했다면 뒤집을 수도 있었을텐데, 미니홈피를 카피한 'Daum 플래닛'은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오픈한지 2년이나 지난 뒤에 오픈하여 때를 놓친 상황이었고, 그마저도 그랜드 리뉴얼에서 완전히 실패하여 지금은 잊혀진 서비스가 됐죠.
블로그 서비스도 네이버보다 1년 늦게 오픈하며 제대로 안착됐다 볼 순 없는 상태고, Daum 블로그와 티스토리의 관계는 애매합니다. 결국 Daum 유저가 자신의 기록(web log)을 플래닛/블로그/티스토리 중 어디에 남겨야 할지, 그리고 다른 Daum 유저와 어떻게 소통하면서 네트워킹을 확장해 나갈지 뚜렷한 답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 Daum은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인 '요즘(yozm.daum.net)'을 선보였습니다.

현재 지인의 초대를 통해서 가입할 수 있는 제한적 오픈 상태인데요,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트위터(twiter.com)가 2006년 3월에 세상에 등장했으니 4년이 지나 벤치마킹 서비스를 내놓게 된 셈이고 네이버의 미투데이보다도 3년 늦었습니다.
이렇게 타이밍을 또다시 놓치면서 오픈한 '요즘(yozm)'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트위터처럼 짧고 빠르게 글을 올릴 수 있으면서 트위터에서 부족한 점(프로필, 친구찾기)을 보완하여 오픈한 마이크로 블로그/SNS로 볼 수 있습니다.
참고 : 다음도 SNS서비스...‘요즘’ 올 1분기중 오픈, “미투데이에 도전장”
http://www.ddaily.co.kr/news/news_view.php?uid=58651
'요즘'이 정식오픈하게 되면, 이제 Daum에는 SNS 성격을 갖고 있는 서비스가 플래닛/블로그/티스토리/요즘.. 총 네 가지가 됩니다. 티스토리의 경우 SNS적인 기능은 현저히 떨어지니 빼고 생각하면 플래닛/블로그/요즘, 이렇게 '아직 성공하지 못한' 세 가지로 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경쟁사를 들여다보면, 네이버는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블로그계의 한축을 장악하면서 네이버의 중심 소셜 네트워킹 역할을 다하고 있고, 블로그와는 성격이 다른 미투데이를 일찍 인수하여 착실히 키워가고 있습니다.
또다른 경쟁사인 네이트는 국내 최대의 SNS인 싸이월드와 완전한 통폐합 작업을 끝냈으니 말 다했죠. 결국 SNS로의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Daum이 그동안 방황하다가, 2010년이 되어서야 드디어 다른 포털들 뒤를 제대로 쫓아보려고 하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요즘'은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미 타이밍은 놓쳤지만 아직 한국의 마이크로 블로그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볼 순 없을테니 Daum이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길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아래의 세 가지 전략 중에 과연 Daum이 어떤 길을 걷게 될까요?
1번 전략 : '요즘'은 다음이 자체 개발한 서비스 중 Daum 로고를 붙이지 않은 최초의 서비스. 2008~2009년 초반의 네이버-미투데이 관계처럼, 트위터처럼 '요즘'을 독립적으로 키워낸다.
2번 전략 : 1번처럼 '요즘'을 독립적으로 키워내면서, 올해 안에 다른 자사 서비스(카페, 뉴스 등)와의 느슨한 연동을 추진한다.
3번 전략 : 정책적으로 '요즘'을 Daum 전체 사용자의 1인 서비스로 밀어주고, "미디어다음 뉴스에 단 댓글은 무조건 '요즘'에 쌓이기" 식으로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낸다.
1번이야 쉽게 할 수 있겠고, Daum의 여러 조직들이 어느정도 합의한다면 올해 안에 2번의 단계까지는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정도로는 4년 앞선 트위터, 3년 앞선 미투데이를 앞지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네이버도 자사 서비스에서 미투데이를 더더욱 활용하려고 하는 상황이니까요.
분명 '요즘'이 트위터에서 부족한 2%를 보완하긴 했지만, 이 '2%'는 미투데이도 금방 따라할 수 있는 것들이고 트위터의 다른 강점들(수많은 매시업, 글로벌 강점, 모바일과 완벽한 연계 등)에 비해선 부족한 것도 많습니다.
다음이 정말 자사 포털에 SNS/소셜 미디어를 제대로 녹이고 싶다면, 포털 미디어가 아닌 차세대 소셜 미디어 계에서 우뚝 서고 싶다면 3번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Daum에서 하고 있던 서비스들을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보고, 이들 서비스의 개인 미디어 콘텐츠를 '요즘'으로 완전히 몰아줘서(물꼬를 터줘서) '요즘'이 Daum과 Daum 유저의 신경망 역할을 해야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아고라에 소셜 네트워크를 정말 녹이고 싶었고,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고, 새로운 것도 하고 싶어서 퇴사했지만^^ Daum이 '요즘'을 통해 포털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패러다임을 제시하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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