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5개 스포츠지에 뉴스 독점공급 추진, 2004.7.2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view.html?cateid=1041&newsid=20040702055919463&cp=Edaily
(상략) 2일 `파란`을 운영하는 KTH는 "5개 스포츠신문과 매월 1억원을 지급하고 기사 독점 계약을 맺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며 "네이버, 다음, 야후코리아 등 국내 상위 포털 5〜6개에 뉴스 공급을 중단하는 것을 계약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말했다. (하략)
이 독점 계약이 어떻게 스포츠지 스스로 몰락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까요.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4년 전 포털뉴스 상황은 이랬습니다.
2003년, 국내 포털 계에서 굳건한 1위였던 다음은 '미디어다음'을 만들면서 포털뉴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합니다. 당시만 해도 사용자들의 포털 컨텐츠 이용행태는 단순하게, 목록에서 컨텐츠(기사) 찍어 보고 다시 목록 보다가 그냥 휙 나가는.. 트래픽이 많이 나올 수 없는 구조였는데요, 미디어다음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오른쪽 컨텐츠 단락'(오늘의 주요뉴스, 깜짝뉴스 등)로 인해 트래픽이 폭증하기 시작합니다. 한번 미디어다음에 들어온 사용자는 오른쪽에 배치된 주요뉴스와 깜짝뉴스 등을 쭉 훑고 나가게 되면서 인당 PV(페이지뷰)가 폭증하게 되고 때마침 개발자 분의 실수(?)로 만들어진 '실시간 기사 조회수' 툴 때문에 트래픽은 그야말로 폭발하기에 이릅니다.
이를 경쟁사인 네이버가 놓칠 리가 없었죠. 네이버는 2004년 봄에 '네이버뉴스'를 전면 개편하여 댓글 도입, 오른쪽 컨텐츠 날개 도입(많이 본 기사), 스포츠 섹션화 등으로 미디어다음의 뒤를 쫓으며 쭉쭉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각 포털들이 인터넷 인재들을 모아 네티즌 취향에 맞는 포털뉴스를 만들며 쭉쭉 성장하는 동안 오프라인 마인드에 젖어 있는 종이신문들은 이를 따라가기가 참 버거운 실정이었죠.
그때만해도 종이신문들의 행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종이신문에 나간 뒤에 포털에 뉴스 공급하기 - 스트레이트성 기사의 경우 이미 연합뉴스 등의 통신사에서 이미 포털에 전송했기 때문에 전혀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2. 종이신문에 나간 기사 제목을 그대로 붙여서 전송하기 - 종이신문에서의 기사 제목과 인터넷에서의 기사 제목은 달라야 합니다. 종이신문의 독자는 제목, 부제목, 리드 문장, 첨부된 사진이나 도표 등이 한눈에 보이는 상태에서 그 기사를 읽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데 인터넷에서의 기사는 순전히 링크를 대표하는 제목 한 줄 만으로 결정하게 되거든요.
3. 자사 출고시간에 맞춰서 포털에 한꺼번에 전송하기 - 이 때문에 2004년에는 오후 2시 경 5대 스포츠지들이 우루루 한꺼번에 기사를 전송하곤 했습니다. 포털뉴스 편집자는 참 난감한 상황이었죠.
4. 밤에 벌어진 사건은 다음날 종이신문에 싣듯이 늦게 전송 - 예를 들어 밤 10시, 영화제가 진행되고 있는데 사진기자가 사진 아무리 많이 찍어도 다음날 오전에야 화보들을 전송한다면.. 인터넷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생각난대로 적어본 건데요, 파란과 독점계약을 맺은 5대 스포츠지는 위의 네 가지 행태에 꼭 들어맞는, 인터넷 시대와는 맞지 않는 마인드로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포털에서 연예/스포츠 기사가 잘 팔리고 있다는 사실만 너무 굳건히 믿은 나머지 파란의 유혹에 넘어가게 됐고, 이를 비집고 등장한 마이데일리, 뉴스엔, OSEN 등의 인터넷 매체는 속보성, 인터넷 특성에 맞는 기사 제목, 풍부한 실시간 사진 컨텐츠 전송 등을 무기로 삼아 포털뉴스 시장에 새로운 강자(공급자)로 자리잡으면서 스포츠지는 결국 붕괴되고 말았죠.
그리고 4년.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조·중·동, 7일0시부터 다음에 뉴스 공급 중단
http://media.daum.net/digital/it/view.html?cateid=1077&newsid=20080702183108670&cp=inews24
일부 네티즌들은 "다음에서 조중동을 안보게 됐다"며 환영을, 일부는 다음 주가 하락 등을 걱정하고 있는데요, 4년전 스포츠지 몰락과 비교하여 조중동도 결국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네티즌들의 희망 섞인) 분석도 꽤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당시 '종이신문들의 마인드'와 상황을 현 시점에 놓고 보면 들어 맞지 않습니다. 그 동안 조중동, 특히 조선과 중앙의 경우 언론사닷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자사 닷컴 사이트 자체가 꽤 성장한 편입니다. 동아를 제외하면, 다음과 당장 끊는다고 해서 유통망을 원점부터 고민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죠.
또한 스포츠지에는 없던 무기가 조중동에는 있습니다. 스포츠와 연예 기사의 경우 어짜피 경기 결과와 스타 포토는 그 자체가 '팩트'인 것이고, 간혹 오보를 내보낼지라도 스포츠지가 원래 그래와서-_-;; 그런 기사를 내보낸 스포츠지나 인터넷 매체 포털이 피해를 입는 것은 그닥 많지 않았는데요,
조중동의 경우 기사가 편향적이라 욕먹지만, 시사 기사에서 '팩트' 자체가 틀린 경우는 다른 소규모 인터넷 매체보다는 덜한 편입니다. 조중동에서 내보내는 기사라면 그래도 '팩트' 차원에서는 믿을만 하다는 것이지요. 스포츠지 대신 손쉽게 소규모 인터넷 연예/스포츠 매체를 적극 활용했던 4년 전과 달리, 조중동이 끊긴다고 해서 이의 대안으로 인터넷 매체 기사만 활용할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4년 전의 스포츠지 몰락과 현 시점의 조중동 다음 기사 공급 중단은 차이가 납니다. 4년 전의 스포츠지는 100% 오프라인 마인드였고, 100% 대체 가능한 대안이 탄생했습니다. 조중동은 온라인 마인드를 꽤 흡수했고, 시사 기사에 있어서 만큼은 대한민국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안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포지션을 잡고 있다는 얘기)
그렇다면 여러 위기설 기사 대로, 오히려 조중동이 날개를 펴고 다음이 몰락하게 되는 그런 시나리오가 펼쳐질까요? 그렇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은 4년 전의 포털뉴스 시장과 다르기에 그때의 스포츠지 몰락 시나리오를 대입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현 인터넷 매체 상황이 조중동에 그리 유리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명박 정권 친위대, 기관지를 자처한 동아일보.
속보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기사가 조선만큼 다양하지도 않습니다. 다양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고퀄리티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동아닷컴도 죽은 상황이지요. 모르긴 몰라도, 각 포털뉴스에서 동아일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겁니다. (이명박 정권이 기관지 키울려고 핫 소스를 동아에만 제공한다면 모를까;;) 따라서 동아일보 기사 공급 중단은 별 영향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중앙일보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중앙일보가 한때 네이버에만 공급하고 다음엔 공급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죠. 그때 별 이슈도 되지 않았습니다. 돌려 말하면 다음은 별 영향 받지 않았다는 것이죠. 또한 인터넷 기사 컨텐츠 전체를 놓고 냉철하게 말하면, 중앙일보는 주말판 기사가 좋은 정도입니다. 대안은 있겠죠.
이제 남은 것은 조선일보. 조선은 좀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쌓아둔 돈으로 고급 인력을 많이 뽑아 취재력 좋은 기자들을 전방위에 배치시켜왔고, 이 때문에 젊은 층 사이에서도 "조선은 정치기사 빼면 볼만하다"란 인식도 꽤 있는 상황이죠. 조선닷컴도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고 네이버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다음에 공급 안한다고 해서 유통망이 전무한 실정도 아니고요.
이렇게 조선의 경우가 좀 걸립니다만,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그렇게 큰 일은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조중동을 편드는 일부 보수계열 신문들은 "다음 클났다, 어쩔래", "다음 주식 대폭락!" 이렇게 들 떠 있지만, 실제로 기사 공급이 중단된다고 해서 대안 매체가 없는 것도 아니고, 다음을 좌파로 몰아 붙여 찍어 누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마다 미디어화되고 있는 민주주의2.0 시대의 네티즌들은 큰 힘이 되어줄 것이고..
조선의 고퀄리티 기사는 많이 아쉽겠지만, 거기에 일부 경제 매체가 조중동에 동조해서 빠진다 할지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요컨대 위기는 없습니다.
조중동이란 일부 매체가 빠지는 것이고, 동아와 중앙의 경우 존심 상하겠지만 그리 위협적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네이버는 뉴스편집을 빼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 같은데, 다음은 소셜 뉴스 도입, 아고라와 블로그의 결합 등 우리나라 네티즌을 믿고 더욱 다양한 매체 실험을 하면 좋겠습니다. IT 강국 대한민국, 전세계에 자랑할 만한 서비스 하나는 있어야겠죠.
오랜만에 올렸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